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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읽자

오티움_문요한

by 인왕산 고양이 2024. 11. 7.

문요한
위즈덤하우스
2020.07.02.

 


 

 최근에 아는 지인분께서 자신의 취미가 등산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산을 타고 있으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올라오느라 힘들었던 것도 다 잊으신다고 했다. 나는 신기했다. 취미만으로 그런 값진 경험이 가능할까?

많은 사람들이 내게 취미를 가지기를 권했다. 하지만 정말 가까운 지인들은 내가 취미를 가지는 걸 비추했다. ‘나는 취미도 일처럼 할 것 같아서’였다. 역시... 그들은 나를 잘 안다.

 

<오티움><독서의 기록> 안예진 작가님이 책 속에서 추천해 준 책이다. 안예진 작가님의 독서라이프에 큰 깨달음을 준 책 중 하나라 한다.

오티움(Otium)이란 고대 로마에서 사용된 단어로, 자유 시간이나 휴식을 의미한다. 이는 일상적인 업무나 과부하에서 벗어나, 자신의 취미나 관심사를 즐기며 자신을 위로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작가는 정신과 전문의 문요한 박사님이시다. 여러 환자들을 직접 진료 보시면서 사람들의 삶에서 자신만의 오티움을 갖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를 깨달으시고 쓰신 책이다. 책은 자신만의 오티움을 찾고 이를 일상을 업그레이 할 수 있는 방법과 사례들을 소개한다.

 

 

1.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고생 끝에 고생 또 고생, 또 또 고생인디?

 

“행복을 미루면 행복의 감각은 녹슨다. 행복을 미루는 것이 자동 습관이 된다.
...우리가 행복하려면 오늘을 희생하면 내일은 행복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1. 지금 우리에게 오티움이 필요한 이유 20p”

이전 세대 아버지들은 가족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회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그것이 가정의 풍요를 가져다주었지만 그들은 은퇴 후에 가족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소외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물론 당시는 사회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던 노동환경이었다. 아버지들이 그렇게 회사에 충성했던것도 가족들과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였는데..정말 가족들이 원했던 행복은 돈보다 아버지와의 교감을 나누고자 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요즘은 조금 달라진 듯 하다. 주말에 나와보면 아빠와 함께 놀러나오는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순간은 아이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겠지? 더 먼 미래에서는 하고 싶어도 나눌 수 없는 교감의 시간일 것이다.

다음은 없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현실의 고생을 기꺼이 감내한다. 사회가 그렇게 가르쳐왔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고생 끝에 낙이 왔었나? 고생 너머에 또 고생이 있고 또 또 고생이 있던데...... 삶이 어차피 계속되는 고난의 연속이라면 잠깐 잠깐 쉬어가는 게 이 긴 마라톤에서 덜 지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작가는 ‘오티움’을 통해 그렇게 살길 권한다.

 

2. ‘못하면 안 괜찮아서 노력했는데... 못해도 괜찮아 지려고 노력하는중

 

<나만의 오티움을 찾는 방법>
자신의 과거 생애를 치밀하게 살펴봐라. 일기, 메모장,
가입했던 동호회, 수강했던 강좌 등 과거의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자.
자신의 현재 일상을 관찰하라. 나의 취향을 살펴보자.
다양한 실험과 경험을 하라. 직접 겪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2. 나만의 오티움을 찾는 방법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계속 부정을 해왔던 것 같은데...나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 내가 생각하던 재미있는 구상들을 그림을 통해 구현하는 게 신기하고, 아이패드에 색칠을 하고 있으면 시간이 지나는 줄도 모른다. 

다만 성격이 쓸데없이 완벽주의자라서 못 그리는 그림을 남들에게 보여주질 못한다. 나중에 더 실력이 좋아지면 그릴 거야라고 미루곤 했다. 잘 그리질 않으니 나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미루다 보니 실력도 늘지 못했다. 못해도 하는 것 자체를 즐거워한다고? 어떻게 못하는데 즐거울 수가 있지?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왕 하는 거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못 그려도 그리고, 피드백 받으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 보기로 했다.

 

https://cafe.naver.com/goldhamzzi

'금손햄찌'님 이라는 유튜버가 개설한 카페다. 내가 좋아하는 귀여운 그림체를 그리는 작가님이시다. 이 곳에 100그림 첼린지라는 게시판이 있다. 약간의 강제성을 띄어야만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아 가입을 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누가보지 않아도, 잘 못그려도 꾸준히 그려서 올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나의 대해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올리는거니 '그래, 누가 내 그림을 신경쓰겠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3. 노력충은 번아웃이 무섭다.

 

나의 고민 중 하나는 번아웃이다. 지인들이 내게 조언해 주는 것 중 하나가 내가 너무 열심히 산다는 거다. 난 남들도 그렇게 산다고 생각했다(사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열심히 사는 건 물론 좋다.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더 몸이 쳐지고 삶의 의욕이 없어지더라.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는 생활 체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미친 듯이 타오르다 재만 남아버리기 일쑤다. 잘하고 싶어서 미친 듯이 일하고 좋은 성과를 낸다. 나는 고생의 끝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잘하니까 일을 더 준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꾸역꾸역 받아서 다 열심히 일했다. 다 잘하고 싶어서...혼자 열을 내다 결국엔 자멸해 버렸다. 주변에서 나를 보며 '안타깝다.', '고생 많이 했는데..'라고 이야기하는게 싫었다. 생각해보면 남들이 그렇게 하라고 한 것도 아니었는데...결국엔 셀프고생을 하다 번아웃으로 병이 나서 직장에 사직서를 냈다. 나는 남들 평가에 신경 안 쓰고 본인 페이스대로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취미를 못가지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나는 잘하고 싶어서 너무 열심히 해서...그러다 지쳐버렸다.
잘하면 즐거운데 못하면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는다. 완벽주의자인데 완벽하지가 못해 고생을 사서한다. 그래서 뭘해도 즐겁다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과부하의 조절에 애를 먹는다...자신의 상태에 맞지 않게 과도한 과부하를 부과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의욕만 앞서서 과도한 과부하를 가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작은 성취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한번이나 만화를 그릴까 말까 한 사람이 실력을 늘리고자 ‘100일 동안 매일 2시간씩 만화그리기로 목표를 크게 잡는 것보다는 일주일 동안 매일 20분 그리기정도로 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5장. 점점 깊어지는 오티움의 힘

이 책을 읽고 나는 힘을 빼보기로 했다. 옛날에는 그림 하나를 완성하려고 하루에 여섯시간, 일곱시간씩 주말에 아이패드를 잡고 씨름을 했다.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들을 오늘 안에 아이패드에 다 담아야만 직성이 풀렸다. 그림을 완성 후에는 진이 빠져서 한동안 아이패드를 잡질 않았다. 그러니 취미가 될 수가 없었다는 것을 책을 읽고 깨달았다. 이런 악순환을 막고자, 한꺼번에 다 그리지 않고 그림은 하루에 한시간 반만 그리기로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오늘도 결국 그리고 싶은 그림은 스케치를 하다 멈춰버렸다. 하지만 더 멀리 바라보기 위해, 그리고 그림그리기를 더 좋아하기 위해 아쉽지만 멈춰보기로 했다.

 

4. 취미를 넘어 오티움으로 만들어 보자!

 

책은 단순한 취미를 권하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통해 기쁨을 느끼고, 자주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스타를 보면 너무 잘 그리시는 일러스트레이터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 때문에 오히려 주눅이 늘어 더 내 그림을 올리거나 그리질 못했다. 그런데 내게 그림이 오티움이라면? 나는 그들과 비교하고 경쟁할 필요가 없다.

이번에 나는 친한 친구에게 핸드폰에 바탕화면 사이즈로 친구와 친구의 아들을 그려 선물했다. 잘 그린 그림은 물론 아니다. 커다란 사모예드(친구)와 귀여운 황구(아들)가 모래성을 쌓는 모습을 그린건데..
그림 챌린지 카페 댓글 중에 귀여운 고양이라고 했다........

(고양이가 아니라......개 그린건데......................)

고양이인지 개인지 모를 그림이지만 받은 친구는 바로 자신의 바탕화면으로 설정해주었다.
"핸드폰 킬 때마다 기분이 좋아" 친구의 말을 들으니 세상 뿌듯했다.

나는 목표를 조금 더 확장했다. 2025년엔 내가 그린 그림으로 달력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해 보려고 한다.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1년 동안 지치지 말고 꾸준히 그려서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탁상 달력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팔기에는 부족하지만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응원해주는 소수의 분들게 나눠드리고 싶다.

지치지 않고 나를 더 확장하게 하는 힘...
이런게 작가님이 말한 진정한 오티움으로 가는 한단계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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