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뭐라도 읽자

너무 시끄러운 고독_보후밀 흐라발

by 인왕산 고양이 2024. 11. 18.

 

보후밀 흐라발
이창실 번역
문학동네
2016.07.08


 

고명환 작가의 낙타단계 추천 도서 중 하나다. 책이 읽단 짧고 가벼워서 부담없이 가지고 다니기 좋을 것 같아 선택했다.

폐지 압축공인 주인공은 35년째 더럽고 끈적끈적한 지하실에서 수 많은 도서들을 압축하며 살아왔다. 고독한 그의 인생에서 유일한 낙은 쏟아지는 책들 더미에서 매력있는 책들을 발견해 그것을 음미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는 곧 은퇴를 앞두고 있었고, 관리소장의 질타 속에서도 자기만의 일과 철학을 가지고 묵묵히 살던 노인이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압축기보다 10배의 압축성능을 갖춘 최신식 기계를 맞이하게 된다. 압축공으로서의 은퇴를 목전에 두고 그는 자신이 좋아하던 일에서 밀려나게 된다. 그가 자랑스러워하던 기계와 함께.

 

이 소설은 작가인 보후밀의 자전적 소설이었다. 그는 법학을 공부한 사람이었지만 1939년 나치에 의해 대학이 폐쇄된 뒤로는 공증인, 서기, 제강소 노동자, 철도원, 단역연극배우, 폐지 꾸리는 인부 등 다양한 직업을 했다고 한다. 옮긴이의 말에서 번역가 이창실님은 그를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았던 작가라기보다 살아 있기에 글을 썼던 사람이며 그의 작품들은 작가 자신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매혹적인 실존의 기록이라고 했다.

소설은 1960년대 공산주의 체제 아래 체코 프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프로이센 왕실 도서관의 장서들이 버려져 들어오고, 공산주의 시대가 오자 체제에 반하는 금서들로 분리된 도서들이 그의 폐지 압축장으로 와 종말을 맞았다. 격변기 시대는 결국 주인공 마저도 더 젊고 성능좋은 기계들과 인부들로 대체하려 하고 있었다. 화려한 탄생 뒤 결말을 늘 그랬다.

유려한 소설의 문장들 뒤로 계속해서 끈적하고 꿉꿉한 느낌을 받았다. 비록 남들이 무시하는 더러운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자기만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남들이 못보는 행복을 보는 고고함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내게는 굉장히 답답하게 느껴졌다. 80년 후 지금 이 세상은 어떤가. 지금도 점점 더 유능하고 빠른 프로그램으로 대체되고 있는 사회이지 않은가. 이 변화 속도에 우리는 따라잡히지 않으려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결국엔 따라 잡히는건 시간문제이지 않을까. 나도 결국 늙고, 더뎌질테니까..

소설을 읽으며 느낀 이 답답함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스스로를 고고하게 포장하다 결국 더 큰 고독으로 끌려가는 주인공에 대한 답답함이었는지 빠르게 변화는 사회에 조금씩 더디어지고 있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불안감이었는지.. 둘다 일지도 모르겠다.

142페이지의 무게가 가벼운 소설이었지만 무거운 내용이어서 완결까지 읽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너무 훌륭한 책이지만, 찐득한 소설이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779642

 

너무 시끄러운 고독 | 보후밀 흐라발 - 교보문고

너무 시끄러운 고독 | 한 세계의 종말을 목격하는 늙은 몽상가의 긴 명상!현대 체코 문학의 거장 보후밀 흐라발의 장편소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 저자 본인이 ‘나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세

product.kyobobook.co.kr